영혼결혼식으로 맺어진 인연, 그리고 브로맨스– 대만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 리뷰

🎬 독특한 설정에 이끌려

2023년 개봉한 대만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독특한 설정과 유쾌한 분위기, 그리고 감동적인 메시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동성애자와의 영혼결혼식'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영화는 그 이상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담아낸다. 단순한 코미디로 시작해 결국은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이 작품은,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 형사와 귀신의 어쩔 수 없는 공조

 

주인공 우밍한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형사다. 그는 특히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강한 인물로, 초반부에는 그로 인해 마찰을 겪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어느 날, 마약사범을 추격하던 중 마약사범이 길에 버린 증거물을 수집하다가 빨간 봉투를 줍는다. 그 순간, 주변을 둘러싼 낯선 이들이 그를 향해 외친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영혼결혼식’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우밍한은 그 자리를 벗어나고자 도망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불운이 잇따른다. 과잉 체포로 인해 파출소로 좌천되고, 교통사고까지 겪으며 몸까지 다치게 된다. 결국 그는 모든 불행이 그 봉투 때문이라는 생각에 마지못해 영혼결혼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상대는 다름 아닌 남자, 마오방위다.

👻 귀신과 함께하는 수사극

마오방위는 살아생전 밝고 따뜻한 성격의 젊은 남성이었다. 그의 할머니는 손자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손자에게라도 결혼식을 치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혼결혼식을 준비한다. 우밍한은 귀신 따위는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결혼식 이후로 실제로 마오방위의 영혼이 눈앞에 나타나면서, 그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마오방위는 우밍한에게 자신이 환생하기 위해 풀어야 할 한이 있다며, 그 소원을 들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렇게 둘은 어쩔 수 없이 공조를 시작하게 되고, 마오방위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 단순 사고가 아닌 뺑소니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더 나아가, 그 뺑소니범이 우밍한이 쫓던 마약사범과 동일 인물임이 드러난다.

💥 위기의 순간, 진심이 연결될 때

이후의 전개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파출소에서 좌천된 신세였던 우밍한은 다시 마약사범 검거 작전에 투입되고, 위험한 순간마다 마오방위의 도움을 받는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는 총에 맞아 생사의 기로에 놓인 우밍한을 살리기 위해 마오방위가 온몸의 기운을 다해 구급차의 길을 트는 장면은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그는 사람들의 몸에 잠시 빙의해 차량들을 갓길로 옮겨놓고, 우밍한의 생명을 구한다.

마지막에는 마오방위의 아버지가 병실로 찾아오고, 우밍한의 중재로 아들에게 진심을 전하게 된다. 살아생전 아들의 존재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버지는 아들과의 마지막 대화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그렇게 마오방위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소원을 모두 이루고 평화롭게 떠난다.

🧡 웃음 속에서 피어나는 감동

영화는 단순히 독특한 설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 가족 간의 갈등, 생과 사의 경계에서 맺는 인연 등을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의 균형 속에서 풀어낸다. 우밍한과 마오방위의 관계는 단순한 귀신과 인간의 동행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가는 브로맨스로 발전한다. 초반에는 마오방위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던 우밍한이 점차 그를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함께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다.

🌈 차이를 넘어, 함께하는 이야기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대만 영화 특유의 감성, 그리고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접근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이 영화는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영혼결혼식이라는 다소 낯선 개념을 흥미롭게 풀어낸 설정도 인상 깊고, 주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종종 동성애 코드가 은근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 있지만,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영화가 관객에게 ‘다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웃음과 감동을 통해 전달한다는 점이다.

🎞 관람 정보 & 감상 팁

• 관람 정보: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 가능하며, 15세 이상 관람가로 지정되어 있다.
• 감상 팁: 초반부의 코믹한 분위기를 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선이 깊어지니,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