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지 않아 더 깊이 스며드는 드라마가 있다. 2021년에 방영된 중국 웹드라마 《암격리적비밀(暗格里的秘密)》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동명의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진철원, 서몽결이 주연을 맡은 하이틴 로맨스로, 학창 시절의 첫사랑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서툴고 미숙했던 감정들이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을 남긴다.
📌 줄거리 요약: 서랍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마음
이야기는 딩시엔(서몽결 분)이 아버지의 전근을 따라 선하이시로 전학 오면서 시작된다. 아빠의 친구 아들인 저우스위에(진철원 분)와 같은 반 짝이 되며, 두 사람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저우스위에는 성적 우수, 성격 조용한 이른바 ‘엄친아’ 스타일의 학생이고, 딩시엔은 밝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처음엔 저우스위에의 무심한 태도에 상처받기도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사소한 다툼과 함께 서서히 둘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싹튼다. 진심을 숨기며 마음을 키워가던 시기, 문과와 이과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저우스위에는 딩시엔이 문과에 지원할 거라 생각하고 문과를 택하려 하지만, 딩시엔은 그와 같은 반이 되기 위해 이과를 선택한다. 결국 다시 같은 반이 되어 함께 공부하고, 저우스위에는 딩시엔을 도와주며 둘의 관계는 더 가까워진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저우스위에는 명문대에 합격하고 딩시엔은 재수를 선택한다. 1년 후, 마침내 저우스위에와 같은 대학교에 입학한 딩시엔.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저우스위에는 예전과는 다른 차가운 태도를 보인다. 알고 보니 그의 아버지가 논문 표절로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건강도 나빠진 상황이었다. 괴로움을 감추고 싶었던 저우스위에는 딩시엔을 일부러 밀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딩시엔은 포기하지 않고 그에게 다가간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마주본다.
📌 진철원의 캐릭터 변주: 《암격리적비밀》, 《절대쌍교》, 《투투장부주》
진철원은 이 작품에서 조용한 듯 깊은 감정을 품은 저우스위에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진철원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전에 출연했던 무협 드라마 《절대쌍교》의 소어아(小鱼儿) 를 기억할 것이다. 소어아는 재치 있고 자유분방하지만 속에는 깊은 상처와 복잡한 감정을 품은 인물이었다. 《암격리적비밀》 속 저우스위에는 소어아처럼 활달하지 않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속으로 삼키는 공통점을 가진 인물이다. 진철원은 이 두 상반된 캐릭터 모두에서 중심을 잡아내며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또한, 2023년 작품인 《투투장부주》에서 그가 맡은 돤자쉬 캐릭터와도 비교해볼 수 있다. 《투투장부주》의 돤자쉬는 한결같고 따뜻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는 인물이다. 저우스위에 역시 그와 닮아 있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상대방을 향한 진심은 결코 가볍지 않다. 두 인물 모두 ‘다정함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철원식 캐릭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암격리적비밀》은 그가 연기한 다양한 청춘 캐릭터 중 가장 현실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 감상평: 조용한 첫사랑, 오래 기억되는 이유
《암격리적비밀》은 큰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다. 두 사람의 서툰 고백, 엇갈리는 감정,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첫사랑의 기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중국 고등학생들의 입시 문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일상, 시험과 진로를 고민하는 장면 등은 우리나라와 달라보이지 않아 공감된다. 그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두 사람의 감정선은 시청자에게 따뜻한 감정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다룬다. 고등학교의 설렘, 졸업의 이별, 재회의 어색함, 그리고 성숙한 사랑. 성장의 단계마다 보여지는 감정 변화는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애틋하다.
잔잔하고 따뜻한 청춘물, 그리고 눈에 띄지 않아 더 귀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암격리적비밀》은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진철원의 소년미와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고 싶다면 더욱 추천한다.
(이미지출처:Soun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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