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개봉한 중국 영화 《청춘적니》(Love Will Tear Us Apart)는 굴초소와 장정의가 주연을 맡은 로맨스 멜로 영화로, 첫사랑의 설렘과 성인이 된 후 마주하게 되는 현실의 무게를 담담하면서도 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사랑의 시작은 늘 찬란하다
뤼친양과 링이야오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 시절 우연한 마주침에서 비롯된다. 뤼친양은 한눈에 링이야오에게 반하고, 용기 내어 쓴 연애편지를 건네지만 이 편지는 선생님에게 들키고 만다. 전교생 앞에서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읽는 수모를 겪게 된 뤼친양.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링이야오는 선생님의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이 대답은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자, 두 사람의 감정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들은 순수한 감정 하나만으로 세상을 견딜 수 있을 것처럼 사랑에 빠진다.
“우리, 사귈래?”라는 링이야오의 고백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큰 약속처럼 느껴진다.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두 사람. 그러나 사랑은 변치 않아도 삶은 변한다. 뤼친양은 대학 진학 대신 곧장 사회에 뛰어든다. 건설현장에서 감독관으로 일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링이야오의 어머니는 그의 직업과 환경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뤼친양은 작은 월세방에서 시작해 결국 자신의 집을 마련하려 부지런히 돈을 번다. 하지만 일은 고되기만 하고, 그의 마음처럼 세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경제적 기반 없는 사랑은 불안정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두 사람 사이를 벌려 놓는다. 뤼친양은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신장으로 떠나고, 링이야오는 홀로 남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3년. 서로의 삶 속에 없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서로가 머물러 있다.
사랑한 지 3,651일째 되던 날, 뤼친양은 링이야오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러나 신장의 거센 눈보라 속에서 사고를 당하고, 그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유성이 떨어지는 걸 봤어. 꼭 행복해야 해. 10년 동안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내가 죽으면 링이야오한테 알리지 마. 내가 살아 있다면 꼭 링이야오와 결혼할 거니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닐 수도 있다
《청춘적니》는 ‘사랑만으로는 결혼할 수 없다’는 슬픈 진실을 말하는 영화다. 어릴 적에는 사랑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성인이 되어 마주하는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사랑은 분명한 감정이지만, 결혼은 함께 꾸려가는 삶이라는 현실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뤼친양과 링이야오의 사랑은 너무도 순수하고 애틋하지만, 현실은 그들을 마냥 붙잡아주지 않는다. 경제적 기반, 사회적 시선, 미래에 대한 불안… 사랑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문제들이 그들 앞을 가로막는다. 영화는 이 과정을 담담하게, 그러나 먹먹하게 그려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유는, 두 사람이 끝까지 서로를 사랑했고, 그 감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뤼친양의 마지막 메시지는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가 얼마나 링이야오를 사랑했고, 또 그녀를 위해 끝까지 지키고 싶었는지가 느껴진다.
사랑했던 기억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까
《청춘적니》는 우리에게 묻는다. 결혼은 정말 사랑의 완성일까? 사랑이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그리고 사랑은, 결국 무엇을 남기는가?
결혼이 사랑의 끝이 아닌 현실의 시작이라는 말이 가슴 깊이 박힌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이었지만, 그들이 나눴던 감정은 진실했고, 그 기억은 분명 서로의 삶을 지탱해주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설렘에서 성인의 현실까지, 사랑이라는 감정의 여정을 따라가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 사랑, 진심이었지?”라고.
“사랑했지만, 함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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