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바꾼 중국 식탁
“중국인은 원래부터 매운 음식을 즐겼을까요?”
훠궈와 마라탕은 이제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처럼 자리 잡았지만, 불과 몇 백 년 전만 해도 중국 식탁에는 매운맛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고추가 중국에 전해진 시기는 명나라 중후기(16세기 말~17세기 초),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데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중국의 매운맛, ‘마라(麻辣)’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요?
고추의 중국 입성
고추(辣椒)는 원래 남아메리카 원산입니다.
16세기 콜럼버스 교류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거쳐 아시아에 들어왔고, 명나라 만력제(재위 1572~1620) 시기 무렵 중국 해안가와 남부 지역에도 전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관상용·약재로 쓰이다가, 점차 사천(四川), 호남(湖南)과 같이 덥고 습한 지역에서 음식 재료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땀을 내어 체내 습기를 몰아내는 고추의 성질이 기후와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훠궈, 매운 국물의 탄생
‘훠궈(火锅)’는 중국에서 오래된 조리 방식의 하나입니다.
진나라·한나라 시절에도 끓는 물에 재료를 데쳐 먹는 방식이 있었지만, 지금의 훠궈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붉고 얼얼한 마라 훠궈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청나라 말기 사천·충칭 지역에서 등장했습니다.
‘마라(麻辣)’란 말 그대로 저리도록 얼얼한 맛(麻)과 매운맛(辣)의 조합을 뜻합니다.
고추와 함께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화자오(花椒, 산초)가 쓰이며 지금의 형태가 완성된 것이죠.
이후 ‘사천식 훠궈’는 지역을 대표하는 매운 요리로 발전했고,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길거리에서 태어난 마라탕
마라탕은 훠궈에서 파생된 음식입니다.
큰 솥이 없어도, 원하는 재료를 꼬치에 꿰어 국물에 데쳐 먹을 수 있어 간편하고 저렴했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1970~80년대 충칭 거리의 노점 문화와 함께 학생, 노동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중국식 패스트푸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전국적으로 퍼져 지금은 해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죠.
중국 식탁에 매운맛이 자리 잡은 이유
중국인들이 매운 음식을 빠르게 받아들인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1. 기후와 건강 – 습한 지역에서 고추는 몸의 습기를 몰아내고 식욕을 돋워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2. 저렴함과 실용성 – 훠궈와 마라탕은 재료 선택이 자유롭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3. 함께 먹는 문화 – 큰 솥을 나눠 먹는 식사는 공동체적 유대를 강화하는 상징이었습니다.
♣ 정리
▶ 16세기 말 ~17세기 초 : 고추 중국 전래 → 사천·호남에서 매운 요리 발달
▶ 19세기 말~20세기 초 : 충칭·사천에서 ‘마라 훠궈’ 등장
▶ 20세기 후반 : 마라탕이 길거리 음식으로 확산 → 전국 대중식으로 자리잡음
오늘날 훠궈와 마라탕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중국인의 기후 적응, 생활 방식, 그리고 공동체 문화가 담긴 상징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니 중국 여행에서 훠궈·마라탕을 맛보게 된다면, 그 매운맛 속에 깃든 역사와 문화를 함께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이미지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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